해가 떠도 뿌연 하늘이 답답했습니다. 마른 땅엔 풀풀거리며 흙먼지가 일었습니다. 

아~ 비라도 좀 왔으면...
 
결국, 떠나기 전날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봄가뭄에 단비라고 너도나도 좋아했습니다. 비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더없이 상쾌하고 좋았습니다. 미국에서는 맡아볼 수 없는.. 비오는 날의 냄새..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이었습니다...



목련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이 편지를 읽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 4월의 노래  /  박목월 시

집근처에 magnolia 란 길이 있습니다. 하지만, 길 어디에도 목련 나무는 없습니다. 목련꽃이 없어도 이 길을 지날 때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를 흥얼거리곤 했습니다. 찾아보니 박목월님의 4월의 노래라는 시였습니다. 이번 한국방문 중에 정말 목련꽃 그늘아래 서 보았습니다.. 이제는 magnolia 길을 지날때마다 이 목련꽃 그늘이 생각나겠지요...



지하철




힘든 하루였나 봅니다.. 모두들 무표정합니다. 그중에 한 청년은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막 헤어진 여자친구를 생각하는 걸까요?..ㅋㅋ 무엇을 듣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 미소만큼 아름다운 음악일 것 같습니다.



거리


 

 

푸쉬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고 했지만, 때때로..
삶이 우리를 속이는게 아니고 우리가 삶을 속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구겨진 전단지, 빈 요쿠르트병, 비벼끈 담배꽁초, 씹다 버린 껌을 싼 종이... 수많은 자동차 불빛..
어스름 땅거미가 진 거리를 바삐 지나가는 빨간 넥타이의 남자...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논 삶의 틀 속에서.. 참으로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무엇때문에 숨이 턱에 닿도록 달려야하는지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허무하지 않고 희망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은 여전했습니다..
단지.. 젊은이는 중년이 되었고, 연인은 부부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는 거겠죠..

한국에 나오면 제일 좋은 것은.. 친구입니다.
한 순배 잔이 돌면, 어느새 말투도 더벅머리 그 시절로 돌아갑니다. 오랜만에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경복궁

 

 


















인터넷의 인연으로 오래동안 알고지낸 지인 덕분에 경복궁을 갔습니다. 

자연은 우리의 걱정과 고민을 비웃는 걸까요?.. 아니면 위로하는 걸까요?..
개나리, 진달래를 비롯하여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아름다운 봄날에도 여전히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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